뉴스클리핑
커뮤니티 > 뉴스클리핑
[가정폭력]'37년' 가정폭력 남편 살해한 아내, 정당방위 아닌 결정적 증거 덧글 0 | 조회 638 | 2018-09-19 00:00:00
상담소  

'37년' 가정폭력 남편 살해한 아내, 정당방위 아닌 결정적 증거

 

무려 37년간 가정폭력을 겪다가 남편을 살해한 아내에게 대법원이 끝내 징역 4년형을 선고했습니다. 아내는 정당방위와 심신미약을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지난 2일 대법원 1(주심 박상옥 대법관) 살인 혐의로 기소된 김모(61·)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한 원심을 그대로 인정했습니다.
 
김씨는 결혼생활 내내 남편에게 가정폭력을 당했습니다. 칼에 찔리기도 하고, 머리를 맞아 혼절하면서 응급실에 실려간 적도 있습니다. 이 정도면 가정폭력으로 죽을 고비를 여러번 넘긴 것인데요.

김씨는 가정폭력 자체에 공포심을 느끼기에 충분했고, 사건 당일에도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남편에게 맞섰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법원은 왜 정당방위를 인정하지 않았을까요?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남편 쓰러졌는데도 계속 때려…정당방위 아냐"
 
지난해 3월 아내 김씨는 계 모임에서 술을 마신 뒤 오전 110분쯤 귀가했습니다. 남편은 자신의 연락을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김씨의 머리채를 잡아 넘어뜨리고 물건들을 집어 던졌는데요. 그 과정에서 김씨는 2.5의 장식용 돌로 남편을 내려쳤습니다.

취기가 있는 상태에서 살고자 하는 본능과 미운 감정이 뒤섞여 있었을 텐데요김씨는 심신미약 상태였고 정당방위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3심 모두 이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문제가 된 행동은 김씨가 돌로 내려친 후 남편이 바닥에 쓰러져 기어가는 상태에서도 수십 회 추가 가격을 했던 점입니다.
 
재판부는 "남편이 방어력을 상실한 이후에도 피고인이 계속해 머리 부위를 가격한 것으로 보이는 점, 피의자신문 당시 '화가 많이 났다'며 분노감만 표현했을 뿐 공포감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은 점 등을 종합하면 정당방위 또는 과잉방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심신미약 주장에 대해서도 "피고인이 우울증 진단을 받거나 약물치료를 받은 병력이 없는 점, 사건 직후 112에 신고하면서 객관적 사실에 부합하면서도 자신에게 불리한 내용은 빼고 진술한 점 등을 고려하면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거나 미약한 상태에 있었다고는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습니다.
 
'정당방위' 6가지 기준 제시에도 논란 지속

법적으로 정당방위를 인정받으려면 현재의 부당한 침해가 있을 것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을 방위하기 위한 행위일 것 상당한 이유가 있을 것, 3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합니다.
 
여기서 ‘상당한 이유에 대해서는 그 기준이 불명확해 항상 논란이 돼 왔습니다. 그래서 경찰은 2011년 정당방위 여부를 가리기 위한 더 구체적인 지침을 만들었는데요. 이른바 정당방위의 6가지 요건입니다.
 
정당방위로 인정받으려면 상대방의 부당한 침해가 먼저 있을 것 방위행위가 침해행위 종료 전 일어날 것 방위행위가 침해행위를 방어하기 위한 목적일 것 먼저 도발하지 않을 것 방위 수단이 필요한 범위에 속할 것 방위 행위로 인해 침해되는 법익이 현저히 커서는 안될 것에 해당되야 하는데요.
 
법원은 김씨 행동이 정당방위의 수준을 벗어났다고 판단했습니다. 침해행위를 방어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분노를 표현한 행동이었다는 거죠.
 
2014년에 논란이 됐던 '도둑 뇌사 사건'도 그렇습니다. 집에 침입한 도둑을 빨래 건조대로 폭행해 뇌사 상태에 빠뜨린 건데요. 당시 대법원은 도둑이 이미 쓰러졌는데도 연달아 때린 행위는 별도 폭행으로 판단해 징역 16,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가정폭력 피해자 심신상태 고려해야" 목소리도

김씨 사건 자체에 정당방위 성립 요건만 내세우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많습니다. 긴 시간 가정폭력을 겪었다는 점 때문입니다. 그동안 김씨가 느꼈던 죽음의 공포까지 고려돼야 한다는 거죠.
    
외국에서는 '매 맞는 아내 증후군'을 정당방위 요건에 적용하고 있습니다. 남편 폭력에 시달리는 여성이 심리적 악순환을 반복하게 되면서 무기력증을 학습하게 되고, 이후 폭발적인 행동을 하게 된다는 건데요. 살인도 그런 행동 중 하나라는 겁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가정폭력으로 인한 살인 사건을 다룰 땐 사건의 경위와 심신상태 등을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고 말합니다.
 
가정폭력에 대한 경찰의 소극적 대처를 지적하는 여론도 있습니다. 김씨는 가정폭력에 대해 "초기 경찰을 찾아가기도 했지만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경찰은 사생활 개입에 대한 부담 때문에 폭력 당사자를 훈방하거나 중재해 돌려보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난 2월 유엔 여성차별철폐협약(UN CEDAW) 8차 국가보고서 심의결과 발표된 권고안에서도 한국의 가정폭력 처벌 규정은 강화돼야 한다고 언급했습니다. 실제로 2015년 총 16868건의 가정보호 사건 중 43.4%가 형사 처벌을 받지 않았습니다.

권고안에서는 현행법이 '가정의 유지 및 회복'에 목적을 두고 있어 가해자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며, 주요 목적을 '피해자와 가족의 안전보장'에 둬야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를 위해 사건처리에 있어 상담이나 교육을 조건부로 기소유예하는 제도를 폐지하고 화해조정절차의 사용을 금지할 것 가해자에 대해 법적 제재에 다른 형사처벌을 보장할 것 가정폭력범죄에서 접근금지명령 위반 시 체포의무 정책을 도입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이번 김씨 사건을 계기로 모든 종류의 가정폭력 심각성이 다시 한번 환기되며, 무엇보다 법이 이 심각성을 제대로 보완해주기를 바랍니다.


 
닉네임 비밀번호 코드입력